메인 시간축을 기준으로 다양한 평행세계가 교차하는 옴니버스 단편집입니다. 메인 시간축은 <Jolly Poly Fandango!!>이후라는 설정이지만, 스토리가 직접 이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전작을 꼭 읽지 않아도 문제 없습니다. 물론 이 김에 전작도 같이 사시면 감사 두 배! 곰애 땡큐!!
이전 온라인에 공개했던 쪽글들이 가필과 재가공을 거쳐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당 글의 원형들은 이후 온라인에서 삭제하고 공개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두께의 냄비받침으로 만들랬는데 어른의 사정으로 표지가 코팅 아니게 되는 바람에 컵라면 뚜껑으로나 쓰셔야 할 듯...)
제목 : Gala the Night ~Good-bye "Fullmetal alchemist" Book
장르 : <강철의 연금술사> 팬북
사양 : B6 / 180p / 삽화 없음 / 건전에서 19금까지.
소개 : 2004년 완결 or 연중작 완결편 수록
가격 : 6,000원 (몇 권을 사시든 우송료는 2,500원입니다)
완매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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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 원작이 10권 안팎으로 나오던 상고시대의 글들입니다. 각 편마다 장르/수위/커플링이 다릅니다. 자세한 사양은 아래를 참조해 주세요.
Gala the Night(축제의 밤) : 전연령가/패러럴/리젠시 白日夢(백일몽) : 12금/BL/개그/에드x로이 好きなのに(좋아하는데) : 15금/BL/개그/엔비x휴리 消せない罪(지울 수 없는 죄) : 15금/BL/시리어스/하보크x알/캐릭터 사망 月光(달빛) : 19금/BL/시리어스/로이x에드/캐릭터 다수 사망 眩暈(현기증) : 19금/노멀/시리어스/로이x리자 Little Beat Rifle : 19금/노멀/시리어스/리자x로이/眩暈 속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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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도착했습니다, 소령님……소령님?”
어느 순간, 차의 움직임이 멎은 것을 깨달았다. 부드럽게 어깨를 흔드는 손과 정중하게 잠을 깨우는 목소리.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뜨고 일어나야 하는데, 피로에 지친 눈꺼풀은 쉽게 떠지지 않고 잠에 취한 정신은 자제력을 잃어버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깨우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쉬어주자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랬던 것이,
“뭐야, 왜 이래?”
순간, 먹구름이 환하게 개이는 것처럼 정신이 맑아졌다.
“아, 소령님께서 피로하신지 주무시고 계셔서…….” “못 깨우고 있다고? 동방사령부 녀석들은 여전히 과보호로군. 창 내려.”
부관은 곤란합니다라든가 너무하시네요 따위 중얼거리며 조수석을 뒤로 젖혀 자고 있는 자신 앞으로 몸을 기울여 조수석의 창을 내렸다. 지척에 다가왔다 사라지는 온기가, 이제는 별다를 것도 없으련만,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반갑다.
“어이, 소령. 일어나. 엘릭 소령?” “……하보크 중령님.”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이마 한귀퉁이에 난 작은 흉터였다. 그 아래로 겨울 하늘의 회청색을 띈 눈이 어이없음을 담고 내려다보고 있다.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다. 금쪽같은 시간 쪼개서 만나주러 왔더니 뭐 하는 거냐, 지금.”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안전벨트를 풀자 기다렸다는 듯 차의 문을 열어준다. 과보호라는 점에서는 자신도 별 다를 것 없으면서, 마치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엄격한 보호자라는 듯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그 길쭉한 다리로 이쪽의 보폭에 맞추어 걸어가면서.
“내가 많이 기다려줄 사람처럼 보이나? 네 차 보이자마자 달려온 거다. 그렇게 피곤하면 일단 좀 쉬고 내일 오든가…….”
잠깐 말이 끊어지는 것은, 그닥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고작 몇 걸음 걸었다고 숨이 차서는 아닐 것이다. 아마 말하다가 생각이 난 거겠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저녁에 와도 좋았잖아. 아무튼 오늘이면 됐을 테니까.” “예, 그렇지만 이대로는 잠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센트럴에 오기 전까지는.”
능숙한 운전에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곯아떨어질 정도로 자기 몸이 얼마나 지쳤는지도 몰랐다는 것은 군인에게도 어른에게도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냥 웃어 보이고 말았다.
툴툴거리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 무성하게 잎을 피워 올린 보리수를 끼고 옆으로 꺾자마자 팔을 뻗어온다. 한여름의 새벽은 빠르고 따스하여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은, 사실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군인들이 많은 예복용 여름 코트. 하지만 키가 크고 뼈대가 곧은 사람과 키가 자라지 않은 원인은 오토메일이 아니라 유전이었던지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다지 자라지 않은 사람의 어깨는 서로 위치한 높이가 전혀 다르다. 뻗은 팔 아래 펄럭이는 코트자락이 낮은 쪽의 어깨를 망토처럼 완전히 감싸줄 수 있을 정도로.
“밥은 좀 먹었냐.” “예.” “뭐 먹었는데.” “식당차의 정식A세트. 맛있었어요.” “흐음. 안 남기고 다 먹었지?” “제가 중령님인 줄 아시나요.” “누가 들으면 나는 밥투정깨나 하는 줄 알겠다?” “저번에 동방사령부 감찰 나오셨을 때, 장교식당 밥이 맛없다고 죄다 물리고 사먹으러 나가셨다면서요?” “……너네 사무실 녀석들이 그러든?” “예.” “질투하는 거야.” “예?” “오늘 메뉴 별로니까 좋은 식당 안내해주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녀석들, 질투하는 거야, 날.” “중령님을 저희 사람들이……왜요?” “네가 나한테 웃어주니까.”
마침 목표지점에 도착했기 때문에 곤란한 대화를 더 이어가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국립묘지의 동쪽 끄트머리, 처음 국립묘지가 세워질 때의 경계선이었던 지점은 이미 지나쳐, 여기는 두 번째인가 세 번째로 확장된 구역으로, 그 다음으로 확장되어 아직까지 새로이 세워진 비석이 없는 구역과의 경계선이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걸어온 길에 말없이 정렬한 새하얀 비석들과, 그들의 바람막이처럼 가장자리에 서 있는 반드시 오늘 찾아뵙고자 했던 사람들의 비석과, 그 너머로 펼쳐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 그러나 곧 새로운 비석들이 빼곡히 들어차게 될 잔디밭. 지평을 감싼 구름 위로 솟아오른 여름의 아침해가 나란히 선 두 개의 비석 위로 햇발을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