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카드캡터 사쿠라와 동갑인 사촌동생이 상경하여, 요즘 애들 뭐 하고 노는지에 어두운 반올림 20년 연상의 언니님은 같이 영화나 한 편 때리기로 하셨다. 마침 전연령 관람가에 퀄리티 보증되는 made in Fixar가 있기 망정이지, 막 <파이 스토리> 이런 거 밖에 없었으면 울었을 거야... (진짜 피도 안 말랐을 때부터 쭉 돌보다가 3년인가 4년만에 만난 우리 애기가 나보다 키가 크더라? 요즘 애들은 대체 뭘 먹길래 이렇게 쑥쑥 잘 자라지?;)
1. 이 영화, 우리 엣치(...언제부터;)가 일본 홈피 이벤트로 주인공 맥퀸 그리기 노래를 부른 걸 알기 전에는 (왜! 내 곰 앞발로도 따라 그릴 수 있게 참 귀엽게 잘 불렀다고!!) 전혀 관심도 없었다 표 없어서 <니모를 찾아서>를 한글 더빙판으로 본 이래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은 안 보기로 했었거든...
2. 본편 전의 단편 애니, 대체 뭐였지? 엔딩롤에 05년 타계한 누구를 기리는 문구가 있었으니 그 사람이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퀄리티에는 흠잡을 데가 없긴 했지만, 영 내용이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아직 아메리칸 블랙 유머 센스에 익숙치 않거나, 정말로 요즘 센스의 벡터가 일본에 맞춰져 있나보다.
3. 픽사의 트레일러 편집 스킬은 가히 1랭 마스터급이다. <카> 트레일러는 이 포스팅 짤방 포스터 찾는다고 뒤지다가 처음 봤는데 (그러니까 엣치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 이건 무슨 완전히 다른 이야기잖아! 먼저 트레일러를 보고 '아 이러이러한 이야기겠구만' 하고 예상하고 갔다가는 뒤통수 대박으로 연타 당할 뻔 했다...무셔운 인간들.
4. 그렇다고 실제 본편 내용이 기발망측한 거냐면 그것도 아니다. '자기 꿈만 쫓느라고 going my way였던 시건방진 젊은 천재가 어떤 해프닝에 휘말려 강제로 속도를 늦추고 은퇴한 선배나 똑똑한 미인, 선량한 사람들에게서 주위를 돌아보는 법을 배워 한 단계 높은 기량을 발휘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실사였다면 꽤나 진부했겠지만, 무엇보다 이건 애니메이션이거든. 진부한 스토리를 연출과 캐릭터와 개그를 처덕여 그럴듯한 한 편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게 허락되는 애니메이션. 그리고 픽사는 또다시 근사하게 해치웠다. 어우, 당신들 진짜 '빠샤'!
5. 이제 와서 픽사의 CG 퀄리티에 감탄이나 찬사를 보내는 게 진부하게 느껴진 탓인지, 같이 보러 간 곰탱이가 "자연 배경은 사진 합성 아니냐"고 했을 때 좀 놀랐다. 그럴 리가, 저 픽사인 걸. 자연 텍스쳐 입히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일 터. 하지만 새삼 처음 보듯 보니까 참 대단하긴 하다. 어쩌면 저렇게 뺀질뺀질 맨들맨들 천연덕스레 실사인 양 실사보다 더 멋진 세계인 걸까.
6. 모든 캐릭터가, 심지어 벌레마저도 자동차였다. 게다가 만약 인간 배우였다면 이렇게 생겼겠지 싶음직한 외모를 자동차의 파사드로 구현해냈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심지어 너무 귀여워서 덥석 부빗을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맥퀸보다는 샐리가 취향이었고, 닥은 정말 나이스 미들이었~
7. 빨개서 세 배 빠른(爆) 라이트닝 볼트 맥퀸이라든가 엉덩이 문신이 섹쉬한 샐리라든가 심약한 소방차 레드(?)라든가 '완전소중 페라리' 조르주와 귀도가 참 마음에 들더라. 특히 마지막 레이스의 귀도 나이스! 막판에 그들을 잊지 않고 페라리를 보내주 제작진도 나이스! 회사 근처에 맥도날드만 있었어도 일주일 점심은 해피밀인데...(중얼중얼)
8. 시니컬하게 태클을 걸자면 한없이 허술하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보여주는 족족 받아들인다면 더없이 무사평안 랄랄라스틱한 스토리에 매력적인 캐릭터들 + 과연 당신들이 픽사 맞구나 싶었던 자사 작품 패러디하기. 표값이 아깝지 않고 DVD 구매도 생각해볼 법한 좋은 작품이었소. 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