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놀기2009. 4. 14. 18:50


* 최종 세이브 데이터
 - 플레이타임 : 20시간 8분
 - 발견한 수수께끼 / 푼 수수께끼 : 168 / 168
 - 총 번뜩임[ヒラメキ]지수 : 6000 피캐럿[ピカラット] (최종 세이브 데이터 당시 4890)
 - 반짝코인[ひらめきコイン] : 292매

드디어 클리어했다. 요즘처럼 환율이 미친* 널뛰다 감나무 꼭대기 걸린 양 내려올 줄 모르는 세상에, 과감히 일본 여행을 다녀오신 용자 M오라버니가 중고샵에서 질러주신 덕분에 발매 6개월만에 손에 넣은 <~최후의 시간여행>. 그것도 공략 사이트의 힘을 빌은 올클리어. 훗, 나는 일어 원어민이 아니니까 공략을 본 것쯤은 부끄럽지 않아! 문제 뜻이나 룰을 알고도 답을 몰라서 공략을 본 문제들은 좀 북흐럽...하지만 90피캐럿짜리 '타임머신'이나 '다시다시 불파의 문' 같은 건 정말 어려웠 OTL

대망의 시리즈 완결이라 그런지 전작들에 비해 스토리 볼륨이 두 배 이상 늘어나고, 등장하는 캐릭터 숫자도 많고, 성우 더빙된 대화씬도 많고, 동영상이 굉장히 자주 나오고 (나중에 세어보니 <~ 악마의 상자>보다 두 배는 더 많다!) 수수께끼 숫자도 많고, 무엇보다 수수께끼 난이도도 확 올라갔다 OTL 
그나마 내가 <~ 이상한 마을>이나 <~ 악마의 상자>를 플레이하면서 레이튼식 화법(웃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체감 난이도가 더 높았을 듯. 이건 뭐 문제를 풀려면 먼저 문제부터 해독해야 해. 교수님은 영국신사인데 왜 문제는 일본어로 내는 건가염! 아니, 뭐 그렇다고 영어로 낸다고 제가 문제없이 푼다는 건 아닙니다만(...)

시리즈 완결이다 보니 스토리면에서는 초반에 뿌린 미스테리를 전부 해명하고 규명하고 그 김에 그간 뿌렸던 떡밥(...이라고 해봤자 교수님의 끈질기게 벗지 않는 실크햇이라든가 돈 폴의 정체라든가 정도였지만;)도 수거하고, 무려 [다음 시리즈를 명백하게 암시하는 대형 떡밥까지 풀어]뒀으니 장하다 교수님 징하다 레벨파이브...내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당신들한테 뒤통수 맞아서 OTL하고 있는 머리 위로 <레이튼 교수와 마신의 피리> 발매예정일이 올해 9월이라고 뜹디다? 어휴, 걍 아주 안 살 수도 없고...OTL
<~ 마신의 피리>가 신 시리즈의 1부작으로 <~ 이상한 마을> 3년 전 이야기라는데, 루크 소년 반바지 더 걷어올려서 엄한 누님들 낚지 마, 레벨파이브. 그럼 그 다음편은 2년 전, 6편은 1년 전- 이건 뭐 스타워즈 프리퀄인가염. 하긴 그렇게 히트친 작품을 고작 세 편 내고...가 아니잖아!  OST에 공략본에 미니보드게임에 노벨라이즈에, 올 여름 극장판까지!! 아우, 우리 교수님 무슨 사골곰탕이셔 ㅠㅠ

근데 솔직히 말하자면, 스토리의 만족도? 카타르시스? 뭐 그런 면에서는 <~ 이상한 마을>이 제일 나았던 거 같다. <~ 악마의 상자>는 볼륨은 <~ 이상한 마을>보다 많았는데도 어쩐지 소품이란 느낌이 강했고, <~ 최후의 시간여행>은...음; 스토리는 장대하고 이전 어느 시리즈보다도 '퍼즐 어드밴쳐'라는 장르에 충실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 건 맞는 거 같은데...그런데...음. 뭔가 찝찝해...이건 교수님의 [두 번이나 모자를 벗는 장면]이라든가 [그 단춧구멍이 진짜 눈이어서 표정 연기도 가능했다는 놀라운 사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는 허전함이 아닌 거 같...
한 번 콩깍지가 씌이면 어지간한 허점은 사뿐히 건너뛰는 나곰이지만, 역시 <~ 최후의 시간여행>에서 하나만은 납득이 안 간다. 설마 내가 어설픈 일어로 단서를 놓쳐서 이해가 안 가나; 대체 [지하 런던 주민들은 어떻게 된 거지? 시계점 부부나 마피아나 과학자들은 한편이었다 치더라도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자기들이 지금 10년 뒤의 런던에 살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 수 있었던 걸까. 설마 단체 최면? 하지만 그런 큰 트릭을 게임 내에서 언급조차 안했을 리는 없고...설마 그 사람들 전부 (뭐 애들은 빼더라도;) '우리 클라우스 도련님' 팬클럽이라 일심동체 마음을 모아 교수님과 루크와 아로마와 체르미 경감과 바튼 경사를 물먹인 거야? 그런 거야?] (아, 이 가설 왠지 납득...)
(그리고 그만큼 궁금한 건 아니지만, 대체 [엔딩에서 클레아는 왜 사라진 거야? 과거로 가셨소? 근데 그 과거로 간다는 과정이 그렇게 산뜻하게 사르륵 사라지는 거였다면 10년 전 사고 현장에 남아서 디미트리 박사가 끌어안고 징징거린 건 뭐빈;;])
그러고 보니 <~ 최후의 시간여행>까지 저렇게 엔딩이 나버리면, 이 세 편의 시리즈를 일관되게 이끄는 주제는 [세상은 모두 커다란 상자정원]이 되는 건가? (<~ 악마의 상자>는 변주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근대 영국 배경의 퍼즐 어드밴쳐 시리즈에서 굳이 그 주제를 오컬트적으로 파고들 거 같지는 않고, 단순히 시나리오 라이터의 취향인 거겠지...근데 <~ 마신의 피리>부터 시작하는 다음 시리즈에서는 좀 다른 결망을 보여주길 바라는 게 소심하고도 세심한 팬의 마음이라는 거구요, 네...(중얼중얼)

아무튼 플레이타임 20시간 남짓, 하루 1시간 퇴근할 때마다 잡은 거 생각하면 딱 한 달이네. 그간 화르륵 잘 불태웠구요, 이제 세 편 다 올클리어했으니 각자 패스워드 끼워맞춰서 시크릿모드 보너스 페이지도 열어보고...음, 뭐하지...(빌린 지 반년이 넘은 듯한 역재4에서 애써 눈을 돌린다) 아, 역검이나 주문할 걸(...)


ps. 역전검사 예판이라든가 통상판 주문이 가능하다면, 레이튼 시리즈 OST도 갖고 싶...아, 청빈, 청빈...
pps. 근데 앨런 디미트리 박사, 은근히 GR의 포글러 박사 닮았...아니, 헤어스타일만이 아니라 어딘지 동구권 혈통이라든가 (이름은 앨런이지만) 인류의 생활을 바꿔놓을 대발명을 했다든가 (결국 동료한테 가로채이지만) 뜻이 좋기만 하면 남들이 뭐라건 신경쓰지 않는 면이라든가 (그렇다고 해서 그게 100% 좋은 일이었냐 하면 관계자들의 입장을 봐서라도 그렇게 말하기 미묘하고)...뭐야, 전부 다잖아? (웃음)
ppps. 누가 내게 <~ 최후의 시간여행> 최고의 장면을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없이 "육각탑 보스룸에서 교수님 실크햇 벗겨지던 그 장면!"이라고 대답하겠다. 아우, 돈 폴 아저씨 짱이야, 걍 아주. 진짜 어이가 뒤통수를 때리는데 웃겨 죽는 줄 알았다능 ㅋㅋㅋ
pppps. 루크의 반바지 이야기는 농담이지만, 일본에는 이미 웹링이 몇 개나 생겨 있고, <~ 최후의 시간여행>이 풀린 지 반년 지난 지금, 교수님과 루크와 아로마와 청년 루크와 돈 폴과 클레아로 2중3중 그을 수 있는 작대기는 모두 그어 동맹이 생기고 또 생겨 있더라...무서운 부녀자들 ㅎㄷㄷㄷ
참고로 나곰은 교수님 총수라는 매우 베이직하고 왠일로 메이저한 취향입...에베벳;

Posted by 동굴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