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끄적2008. 8. 6. 11:06

1. 오른손 중지가 퉁퉁마디가 됐다. 어제는 오른쪽 검지였지. 내일은 약지가 되려나. 이러다 내 원래 손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리겠다. 나날이 아스트랄 스펙타클한 퉁퉁마디 라이프.

2.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무슨 낡은 오토마타도 아닌 것이 전신 체크를 해야 한다. 아, 오늘은 목줄기가 땡기는구나. 어제 90도까지 접히던 왼쪽 팔꿈치는 오늘 105도는 접히나보다, 세수 양손으로 하고 머리 빗을 수 있겠구나. 근데 오른쪽 상완근이 맛이 갔으니 오늘은 오른팔이 오십견 놀이를 하겠군. 오늘은 아침부터 무릎 관절이 뻐근하구나. 우와, 손가락 부은 거 봐. 왼손은 운좋으면 저녁까지 주먹만 안 쥐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겠고, 오른손은 오늘 힘줄 생각을 말아야겠군. 운나쁘면 잘못 폈다 비명 지르며 병원 뛰어가게 생겼...

3. 다행히 그저께 혈액검사 엑스레이 찍은 결과의 '일부'가 오늘 나온단다. 제발, 심플하게 병명 하나만 내려주세요. 그래야 그거만 집중 치료를 파지. 하다 못해 병적인 수준의 운동부족이라고 해도 감사히 받아들이고 바로 헬스클럽 끊을 테니까 OTL

4. 집중해서 일을 해야하는데 이런저런 일이 꼬이고 얽혀 정작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안팎으로 치이는 일이 너무 많다. 요즘 몸이 붓고 관절이 삐걱대는 거 외에 위와 장도 좋지 않고, 편두통도 슬슬 임계점을 치받으로 한다. 역시 더 늦기 전에 MRI를 찍어봐야겠는데; 이번 여름은 이미 휴가 일정이 다 잡혀 있어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흑, 당장 9월이 사내 시연인데 ㅠㅠ

5. 그래서 나는 화가 난다. 나는 이렇게나 아프고 이렇게나 힘들고 이렇게나 바쁜데, 이런 사정 하나도 모르고 알 생각도 하지 않은 주제에 마치 동화나라의 왕자님처럼 '좋아해' 한 마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굴었던, '널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데 왜 아무 것도 시켜주지 않니'라며 정말로 서운해하던 어떤 존재에 대해. 돌이켜보면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조차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던 주제에, 너의 사탕발림은 너 자신에게나 통용되는 수준이었음을 아마 평생 가도 모르겠지. 표현하지 않는 진심, 말뿐인 진심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냐. 하는 행동마다 짜증스럽고 하는 말마다 기분이 상할 뿐인데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니까 알아주었어야 한다는 그런 이기적인 주장이 먹힐 거라고 믿는 어린애 따위, 나에게는 필요가 없다. 스스로가 어른인 줄 알고 있는 어린애에게 화가 나고, 그런 어린애를 좋아했다고 착각했었던 내 자신에게도 화가 날 - 뻔 했다. 후, 나 자신에게 화내면 안되지.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매순간순간 구도하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았거든. 지긋지긋했어, 너와 관련되어 무슨 영화처럼 매일매일 되풀이되던 그 실랑이질이.
(혹시라도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좀 쪽팔리는 줄을 알기 바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덧글까지 다 지워놓고는 또 무슨 염치로 스토킹이야 스토킹은 /풉)

6. 후, 한소끔 토해냈으니 이제 더 이상은 생각도 하지 말고 기억도 하지 말자. 깔끔하게 잊어버리고 일이나 해야지. 저번에 들어온 소개팅 제의 아직 유효하냐고 물어볼까. 막판에 어이가 가출하는 바람에 탈력한 필신이나 깨워서 늘어지고 있는 마감을 끝내야겠다. 후, 나는 이렇게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무슨 다른 사람이람 /풉
Posted by 동굴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