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레너드 위벌리 (Leonard Wibberley)
번역 : 박중서
출판 : 뜨인돌
출판일 : 2005년 6월
가격 : 9,000원
내 멋대로 레벨링 : ★★★★☆ (외전 언제 내나요?!)
내 멋대로 20자평 : 글로리아나 12세 여사님 만세!!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The Mouse on Wall Street>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The Mouse on the Moon>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석유시장 쟁탈기 The Mouse that Saved the West>
요즘처럼 책값 비싸고 책 무겁고 조판 목가적인 세상에서, 도서 구매는 언제나 도박이고 모험이다. 승리의 나곰을 외칠지 아마존 밀림에 사과하라능 포효할지는 한순간의 클릭에 달린 것. 그래도 때로 대박을 건지고 희희낙락하는 그 재미에 리뷰와 홍보와 낚시와 카더라에 낚이는 것이 또한 읽는 자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니겠는가.
이번에 친 대박은 그랜드 펜윅 시리즈. 아마 어디서 우연히 리뷰를 보고 뭐야 글케 괜찮아? 이러면서 속고 말자는 심정으로 1권만 주문했던 거 같다. 결과는? 훗, 1권 반쯤 읽었을 때 뒷 세 권을 다 주문하고, 일주일만에 독파(아껴 읽을랬는데!) - 이제는 주변에 퍼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K양, 1권 재밌다며? 뒷권 주문해. 이거 잘 팔려야 외전 나온단 말야 ;ㅅ;
15세기 영국 용병들이 스위스 산자락에 성 하나 찜하고 건국을 천명한 이래 와인과 양모로 그럭저럭 자급자족해 온 아담한 나라 그랜드 펜윅 대공국.(대략 넓이가 서울시 강남구만 하더라?) 군주의 이름으로 외국 정부에 정식 서한을 보내도 장난으로 치부되기 일쑤인 이 유명하지도 부강하지도 않은 나라가, 1950년대 냉전의 국제사회에서 살아남는 - 아니 강대국들보다 더 강대한 약소국이 되는 이야기.
딱딱하게 설명하면 대략 이러하고, 초판 발행년도가 1955년이니 거의 50년 전, 이제 와서 구태의연한 면도 없잖지만 어떻게 보면 또 이런 부분이 향수랄까 고전이랄까, 오히려 현대 정세보다 훨씬 익숙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고 해서 난 좋기만 하더라 <- 이미 콩깍지
비싸서 명절에나 먹던 석류를 사시사철 오독오독 까먹으며 즉위하길 잘 했다고 기뻐하던 스물두 살의 사랑스러운 글로리아나 12세 대공녀 폐하는 점점 수입과 소비의 균형이 맞지 않는 국가 경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신다. '전쟁에서 이기고 나면 패전국에 원조를 아끼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지기 위해서. 이 발상, 너무 귀엽잖아!!
그랜드 펜윅 시리즈를 읽다 보면 미국인이 나이브해지기로 작정하면 어디까지 귀여울 수 있는지 궁극의 위트를 파헤치는 기분이라 참 유쾌하다. 물론 가상의 나라 그랜드 펜윅뿐 아니라, 미국 정부나 미국 시민, 영국이나 소련
(냉전시대 국제정세를 예리하게 파해친 심도 깊은 풍자소설을 '귀엽다' 한 마디로 작파해버리는 나곰의 일천한 시각ㄱ을 보라. 이것마저도 콩깍지다, 콩깍지 /걀걀)
미국과의 전쟁으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고도 그랜드 펜윅 대공국에는 차례로 위기가 닥친다. 갑작스레 맞은 돈벼락도 아프고 고장난 상수도 시설도 괴롭고 세계적인 에너지 파동도 곤란하다. 그래도 꿋꿋하게 기발한 해결책으로 위기를 차례로 헤쳐나가는 로저 펜윅 경의 후예들이여. 부디 그대들의 전기가 널리 퍼지고 많이 팔려 조상님의 이야기를 담은 외전이 꼭 출판되기를 바랍니다. 대공녀 만세!!
"말도 안돼! 무슨 여리고 탑이냐?"
ps. 개인적으로 <...쟁탈기>에 제일 몰입할 수 없었던 이유는 털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작가님? <...공략기> 끝난 다음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