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듣기2007. 8. 23. 21:04
<Best of Me>
Nana Mouskouri / Universal / 2005 / 23,000원

우리집 어딘가에는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로 가득 찬 상자가 있다. 브랜드가 상품의 대명사로 역전되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인 워크맨이 학생의 기호품이자 필수품이며 또한 교내반입 금지품이던 시절부터 즐겨 들었던 그 카세트 테이프들 속에 나나 무스꾸리의 앨범도 한두 개 들어 있지 싶다.

오랜만에 그 목소리가 듣고 싶어져 선뜻 구매한 CD 속의 그녀는 낡은 워크맨 속에서 노래하던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Ave Maria'와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불러주었다. 어리고 유치하고 감상적이고 연약하던 교복 속의 나는 이 목소리 속에서 받았다 착각한 상처를 핥으며 있지도 않은 흉터 위로 눈물을 흘렸더랬지. 빛바랜 추억의 파편에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지난 세월 이야기.
기억보다 고음부가 좀 약하긴 하지만, 당도 높은 밀크 초콜릿 핫티처럼 묵직하게 휘감기는 음색은 여전하다. 가장 마음에 든 곡은 'Gloria Eterna'. 사라방드의 장중하게 이어지는 나선계단을 우아하게 휘돌아나가는 묵직한 금빛 레이디가 떠오르는 좋은 선율이다. 혹시 나우시카라고 아십니.../퍽;

그나저나 지난달 페어웰 내한공연이 무산되었다고 하는데 이대로 와주지 않은 채 끝나려나? 확실히 공연을 보러갈 정도로 정성 넘치는 팬이라든가 남아도는 재화를 주체 못해 벽지를 바르고도 남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한' 붙은 국내 공연은 다 비싸!) 그래도 왔는데 안 간 거랑 안 와서 못 간 거랑은 이야기가 틀리니까.
Posted by 동굴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