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2 : 망자의 함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2006)>
동굴곰
2006. 7. 31. 14:18
겨우 장마가 물러갔는지 구름에 하늘색이 돈다. 약 140파운드짜리 털뭉치다 보니 비만 오면 아침에 힘들고 장마만 되면 하루가 고달픈 곰은, 이제서야 젖은 털을 열대야에 말리며 그간 보고 들은 감상문을 쓸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미 내용 다 까묵한 거 같 ;ㅅ;
1탄을 굉장히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2탄이 나온다는 소리에 좀 의아했다. 아니 그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은 영화에 후속타를 칠 여백이 어디 있다고? 아니다다를까, 이번에 나온 2탄은 좀 뭐랄까, 형만한 아우 없다고 하나? 1탄에 비해 많이 미진한 점이 있는데 그게 잘못 만들었다기보담은 애초에 없는 연결고리를 억지로 끄집어 내서 이어가다 보니 들쑥날쑥 두르는 사람 불편한 크리스마스 선물용 목도리가 되어 버렸다는 느낌(...뭐냐, 그게 -ㅅ-) 그렇게 안 내킨 김에 개인사정도 겹쳐서 개봉하고 3주는 지나서 보게 됐는데, 이게 또 피할래야 피하기 어려운 스포일러의 쓰나미에 휩쓸려 대략 주요 포인트는 다 한 번씩 짚어보고 가버렸다는 게 재미 반감의 요소. (있을 리도 없는 주제에 남달리 과민한 곰의 감수성이라는 게, 진짜 스포일러를 피할 생각이라면 영화 트레일러도 보면 안되는 거다. 안 그러면 남들 할 생각 없었던 네타바레까지 저 혼자 다 당하고 앉았거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재밌었다. '캡틴' 잭 스패로우는 여전히 낭창낭창 능청맞게 세파 위에서 외줄타기를 즐겼고, 아무리 봐도 이 모든 사태는 당신의 자업자득이시니 3탄에서 어떤 깜짝 이벤트로 리턴하실지 기대하겠고, 윌 왕자님은 여전히 덜 자란 예쁜이였고, 엘리자베스는 카리브해에서 제일 핸섬한 해적이 맞고, 그래서 윌과 엘리자베스의 '제대로 된' 결혼식은 뭐가 됐든 꼭 눈의 호사를 위해서라도 보고 싶고, 기왕이면 좀 덜 꼬질꼬질한(크흑) 노링턴이 신랑 들러리를 서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게다가 노링턴일 때의 잭 데이븐포트는 (<울트라 바이올렛>일 때의 당신! 확 !@#$%^~!!!) 필립씨 이래 최대로 내 허리를 울리는 목소리를 지녔고, 조나단 프라이스씨는 완벽하게 미중년에서 미노년으로 진화하셨고, 역시 카리브해 최강의 서바이버는 네발털뭉치였고, 바르보사 선장님이 참 맛깔나게 사과를 드셨고, 심장이 너무 리얼했고, 남자란 몇 살을 먹어도 지네끼리 있을 때는 애였고, 이 영화를 보든말든 내 해산물에 대한 매우 낮은 기호성에는 변함이 없고...그리고...그리고...
젠장, 난 사람 몸에 다른 생물체가 박혀서 움직이는 게 싫어어어어 (쿠워억)
차라리 데비 존스의 문어 얼굴이나 부선장(?) 상어 대가리는 괜찮다. 빌 터너의 홍합이라든가(이쪽은 출현 빈도도 높아ㅠ.ㅠ) 다른 선원들의 성게라든가 복어라든가 산호라든가 따개비라든가...으으 떠올렸더니 또 막 소름 돋아아아아- (벅벅) 아무튼 나는 그런 인체변형이 너무너무너무 싫다. 영화 자체는 꽤 재미있었지만, 남들이 본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나 자신 DVD 소장은커녕 두 번 볼 생각이 안 든. 3탄에 플라잉 더치맨이 다시 나온다면 (아마 나오겠지? ;ㅁ;) 누가 영화표 + 캬라멜팝콘 미디움 사이즈를 사준다고 해도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저어한 끝에 울면서 보러갈지도 몰라. 흑흑, 캐리비안 관련으로는 18금 팬픽 한 편 쓴 적 없는 내게 왜 이런 시련이...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