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차일드 오브 라이트 (프롤로그)
Child of Light / UBISOFT / 2014
스팀에서 선행발매로 샀다가 의외로 주변의 평이 나빠 묵혀뒀던 걸 이제 꺼내서 해봤다...왜 평이 안 좋았는지 알겠네=ㅅ= 딱 튜토리얼 스테이지까지만 하고 일단 껐는데, 다음에 언제 다시 켜게 될지 모르겠다. 유비소프트가 AC:Rv부터 해서 나한테 엿을 먹이는 기분이다;;;
일단 차일드 오브 라이트는 보기좋은 떡이긴 하다.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수채화로 그린 동화책 일러스트 같은 미려한 그래픽, 거기에 잘 어울리는 BGM, 환경에 충실한 사운드. 특히 원경에 나무거인이 걸어 다닐 때 화면이 흔들리며 발소리가 울리는 건 굉장했다. 이펙트도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 예쁘고, UI도 깔끔해서 알아보기 쉽고...어...음...슬슬 칭찬할 말이 떨어져 간다...왜냐하면 나머지는 다 까고 싶어서...
제일 큰 문제는 역시 속도. 느려. 너무 느려!! 주인공 아우로라 이동 모션이나 속도가 무슨 달 표면이나 물속을 걷는 것 같다. 나중에 버프나 아이템을 얻어 빨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애가 너무 흐느적흐느적 걸으니까 성질 급한 한쿡사람 속터져 죽겠소;;; 화면 전환이나 메뉴 열고 닫힐 때 속도도 어쩐지 1초 정도 긴 것 같고...
전투는 인카운터로 시작해서 타임라인 기준의 턴제(이걸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ATB시스템으로 진행하는데, 일단 전투 필드 열리는 시간도 '깜빡'이 아니라 '꾸움뻐억'이고=ㅅ= 인트로(아우로라가 무기 들어올리고 몹이 제 위치에 오는 컷신;)도 늘어지고 스킬 모션도 느긋하고 승리 포즈도 정말 느리다; 초반 승리 포즈가 칼끝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얍! 하다가 무거워서 휘청~ 하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휘청도 처음부터 넣지 말라고;;;) 이게 남들은 '에잇-얍-어머나'로 할 것을 아우로라는 '에이이잇-이얍-어머어나아아'로 하는 느낌. 뭔 소리냐고? 해 보면 안다ㅠㅠ 지금 확인해 보니까 유비소프트가 발매 전 공개한 영상의 같은 장면이 아무래도 1.5x FF 걸어놓은 것 같다. 이거 사기 아닌가?!
제작진도 속도나 게임 호흡 문제를 알았는지 옵션에 배틀 인트로 끄는 기능이랑 배틀 스피드 조절을 넣어줬는데 전자는 그렇다 치고 후자는 이게 또 디폴트값이 3이고 1~5 사이로 조절 가능. 덕분에 해외에서는 '3은 느리고 5는 (전략 짜기에) 너무 빠르다. 1, 2값을 넣은 놈은 머리에 뭘 넣고 다니냐'는 중평인 듯ㅋ
보니까 나중에 날개를 얻어서 날 수도 있는 것 같고 속도가 빨라질지도 모르지만, 일단 기본 속도가 이렇다 보니 게임 진행이 너무 답답하다ㅠㅠ 안 그래도 회사에서 나 하는 걸 보던 사우님들이 "난 답답해서 못 하겠다" "물속이냐" "대쉬 없냐" "나도 이거 샀는데 움직이는 법을 몰라서 시작하자마자 껐다" 등등;;;
사우님이 못 움직였다는 이야기는; 차일드 오브 라이트는 왼손 WASD+QE로 아우로라, 오른손 마우스로 파트너 파이어플라이를 조절하는 컨트롤인데; 화면분할해서 양손으로 서로 다른 캐의 이동+액션을 컨트롤하느라 앞발이 꼬였던 레고 더 무비 게임의 악몽이ㅠㅠ 튜토리얼이 없는 건 아닌데 시작하자마자 알려주지는 않고; 좀 불친절하단 느낌이 든다. 사실 난 SPC가 space bar의 약자인 줄도 몰랐단 말야; 보통은 취소를 esc로 하는데 왜 너네는 q로 하니? 막 시비를 걸고 싶어진다...
진행하는데 속도 다음으로 불편한 건 (만약 속도가 해결되면 그 다음에는 이게 제일 큰 문제가 되게찌!) 2D인지 2D 흉내를 내는 3D인지 아무튼 수채화 일러스트 같은 그래픽 주제에(!) 뎁스가 있는 플랫폼 게임인데; 그 뎁스를 알아보기가 힘들다! 올라갈 수 있는 길인지 못 올라가는 장애물인지 알 수가 없으니 지금 내가 못 올라간 게 원래 그런 건지 내가 못하고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 버럭!!
일단 여기까지가 튜토리얼만 해본 감상이고; 사실 제대로 된 총평은 엔딩을 보고 하는 게 제대로 된 까쟁이(...)의 자세겠지. 다만 어딘가의 증언에 따르면 이렇게 미려한 그래픽인 주제에 스토리가 재미없다고 한다;;; 근데 설마 (광고랑 오프닝만 보면 나오니까 스포일러 아님!) 주인공 아빠인 공작이랑 재혼한 여자가 마녀인 건 아니겠지? 한때 절찬리에 유행했던 '동화속의 공주와 마녀가 알고 보니 현실의 계모와 전처 딸의 메타포' 따위라면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어질 것 같은데-ㅛ- 그리고 여기서 밥상을 엎어버리면 AC:Unity에 대한 기대가! 희망이!!
마지막으로 말 나온 김에; 유비소프트 몽트레알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이라 그런가 영어가 이상하게 짧고 어렵다. 문장이 짧고 쉬운 거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이상해. 예를 들어 게임 오프닝 시작하면서 "Child. Tuck yourself in bed."라는 문장이 나오면서 "엥? tuck?? 뜻은 맞지만 왜 하필 저 단어???" 하고 있을 즈음...
Child. Tuck yourself in bed
And let me tell a story
Of Lemuria, a long last kingdom.
And a girl born for glory.
In Austria was a crown land ruled by a duke.
Aurora was his daughter.
Child of a duchess mysterious.
Beloved by her father.
He raised the girl alone,
They were rarely apart.
'Til the duke felt lonely.
And misplaced his heart.
It was the Great Friday
Before Easter, 1895.
Players performed for the duke.
His new bride at his side.
That night Aurora went to sleep.
The fire burned down low.
She caught a chill that spread.
Her skin was cold as snow.
At dawn the found her
Vacant, Aurora's light gone out.
Her father wept and pleaded,
But there could be no doubt.
For all intents and purposes
Aurora was dead.
And yet...Once upon a time,
She awoke in a strange land instead.
여기까지가 오프닝 나레이션 자막 전부인데, 진짜 대소문자 마침표 쉼표 안 틀리고 베꼈음'ㅅ'9 억지로 압운을 맞춘 것 같기도 하고 문장을 직역하면 말이 안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영어를 야매로 배운 내가 봐도 이상하다. 대체 작문이랑 번역을 어째 한겨 그래도 돈 버는 큰 회사에서;;;
아무튼 신나게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돈 주고 산 게임이니까(...) 엔딩은 볼 생각이다. 보고 나서 탈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또 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