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 (Superman Returns, 2006)> (수정)
영화를 본 건 토요일 저녁이었는데, 돌아오자마자
1. 난 나만 막귀라서 수퍼맨 오프닝이랑 스타워즈 오프닝을 헷갈리는 줄 알았는데, 사실 같은 사람이 같은 시기에 작곡한 거라 그런지 헷갈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응, 왠지 기쁘다(...)
2. 시추처럼 범용 애완견 주제에 맹하고 아방한 예외 견종이 있어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데, 원래 애완견은 작고 귀여울수록 잘 짖고 사나운 법이다. 큰 애들이야 목줄 문제만 해결되면 어른 숨통도 물어 끊는데 어디 사람 겁이나 내겠어? 작은 애들일수록 자기보호 본능이 강해서 낯선 사람이 좀 급하게 손만 내밀어도 문다고 봐도 정확하다.
그런 의미에서, 밥 주던 사람이 숨을 거두자마자 바로 비상식량 확보에 들어간 그놈이 둘 중 살아남은 쪽이고, 무인도 최후의 생존자견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Hurra, Pomeranian!
3. 회사에 있는 마벨 코믹스 원판 중에 수퍼 히어로들이 잔뜩 나오면서 수퍼맨이 종말에 처한 지구 최후의 희망으로, 문제 다 해결하고 에필로그에서 원더우먼을 임신시키는 이야기가 있다 (진짜로;) 그걸 얼마 전에 해독해서 그런지, 아무리 봐도 로이스 레인 세례명 내지 가운데 이름이 다이애나가 아닐까 싶다(...) 아니, 어떻게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앞뒤 격벽 사이에서 테니스 공 신세가 된 뒤에 중력과 좌석 합공으로 툼스톤드라이버까지 당해놓고도 어디 한 군데 깨진 데도 부러진 데도 끊어진 데도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데스티네이션> 비행기 사고에서 죽어나간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저승에서 통탄할 일이다)
게다가 악당한테 "헉슬리스틱, 히로인을 그렇게 패도 돼?!" 소리가 절로 나오게 두들겨 맞고도 흐트러진 데 하나 없지, 부서진 배 철문에 기절하도록 머리 후드려 맞고도 피 한 방울 안 흐르지, 또 어디 맞았더라?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ㅁ;) 아무튼 영화 보는 내내 이 아줌마 강철바디의 한계는 어디인지 엄청 궁금하더란.
4. 그런 의미에서라도 역시 제이슨은 수퍼맨 애가 틀림없다. 어떤 메카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크립톤의 인자를 무사히 출산하기 위해 엄마 몸을 유전자 레벨에서부터 강화한 게 틀림없다. 안 그랬으면 복중태아 발차기 한 번에 장은 끊어지고 엄마 손바닥뼈에 발자국 모양으로 금이 가지 않았겠냔 말이다(...)
게다가 아역 배우도 어디서 브랜든 루스랑 제임스 마스덴 잘 섞은 애로 골라왔더만? 내 눈에는 수퍼맨이랑 리차드가 닮아보이는 게 아무리 봐도 로이스가 동거남을 얼굴로 고른 듯 하지만 그 애가 만 4살이라니, 실로 서양인 성장발육의 신비로다 (못해도 7살은 되어보였다고!)
5. 예전 영화 시절이면 몰라도, <수퍼맨 리턴즈>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지? 이런 저런 스쳐가는 배경을 대충 종합하면 나온다던데, 최소한 현대보다는 조금 예전일 듯 하다. 안 그랬다면 그렇게나 TV에 사진에 얼굴샷 상반신샷 전신샷 맨얼굴 있는대로 내놓고 다니는 수퍼맨을 CSI에서 분석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야;)
아니, 진짜로, 수퍼맨이 장갑을 끼고 다니지 않았으니 그가 만진 물건에는 분명 지문이 남아 있을 테고 (자동차 표면 같은 거 얼마나 채취하기 좋아!) 클라크 켄트는 소속 기자가 퓰리처 상을 받을 정도로 어여번듯한 신문사 소속 기자이니 틀림없이 고용인 등록을 하면서 지문을 찍었을 거라고. 우리의 마법사 AFIS에 돌려보면 되잖아! 좀 더 심화학습을 거치자면 일단 전신샷으로 키를 추정하고 발자국 깊이로 몸무게를 측정하고 (절대로 줄줄 흘리고 다닐 거라고 확신하는) 모발로 유전자 감식을 하고, 그리고 수십 장의 사진을 종합해서 두개골 표본을 만든 다음 그 표본 내에서 분장 가능한 외모를 종합해서 전국에 전단지를 뿌리면...(고마해라 -ㅅ-)
...어디선가 맥반장님이 (뉴욕이니까;) 피식 비웃으면서 "CSI는 과학입니다, Miss" 하실 거 같 ;ㅁ;
(K양이 알려주길, 영화 배경은 전작+5년이니 70년대라고 함. 80년대까지는 가능할지도. 20년 전 삼성은 미국 전자시장을 장악했었던 건가, 몰락이 너무 빠르쟝!!)
6. 예전의 <수퍼맨> 영화나 <스몰빌>을 제대로 안 봐서 모르겠지만, 렉스 루터가 원래 저렇게 귀여운 캐릭터였나? (지인의 <스몰빌> 감상을 보면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디오라마 폭발할 때 말없이 뒤로 물러나는 모습이라든가 심플한 파랑 줄무늬 가운에 착실히 양치하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우셨...게다가 배 버리고 헬기로 뜰 때 (맞겠지? 진짜 기억이 가물가물 ㅠ.ㅠ) 어느새 하얀 정장으로 갈아입은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맞아, 악당은 모름지기 드레스 코드로 아이덴티티를 천명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가발을 몇 번 안 쓰신 게 좋았어요우)
7. 키티 성이 코슬로우스키랜다. 딱 보는 순간, "코울슬로?!"
초반 메이드 코스프레(爆)부터 시작해서, 브레이크 고장냈다고 펄펄 뛸 때도 그랬고 크리스탈 버릴 때까지, 어디 한군데 빠짐없이 귀여웠다. 역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까(풉)
(근데 렉스 루터, 유산 상속도 받았는데 좀 펀들이라도 사주지 그러셨어융. 폼은 끽해봤자 3kg 나가는 소형견이구만 매번 안고 댕기는 게 안쓰럽지도 않수 -ㅅ-)
키티 역의 배우가 굉장히 눈에 익어서, CSI 마이애미 2기까지 나왔던 그 여형사인 줄 알았더. 근데 나중에 IMDB를 찾아보니까 이름이 파커 포시인데 필모그래피에 CSI가 없다. 거참 이상하지, 이 사람 나왔다는 영화나 TV 시리즈 하나도 본 게 없는데 왜 얼굴이 눈에 익었을까?;
대신 똑같이 어디서 본 거 같았던 지미 올슨 역의 샘 헌팅턴은 CSI에서 본 게 맞다. 뉴욕 1기, 마이애미 3기에서 각각 한 에피소드씩 엑스트라. 역시 CSI는 그간 쌓인 방영분이 많다보니 겹치는 엑스트라 찾는 재미가 좋다니까 :3
8. 키티가 크리스탈 버리는 장면이 좀 애매하게 처리가 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러니까 왜 버렸는지는 알겠지만 전후문백을 볼 때 좀 맥이 빠진달까;) 확실한 것 하나는, 크리스탈이 있어봤자 헬기 연료가 떨어져서 무인도에 불시착하는 사태를 막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거란 사실. 어차피 그걸 다시 뽀개고 어쩌고 하는 것도 다 문명세계로 돌아온 다음에 해결할 문제니까, 힘내융, 렉스 루터. 톰 행크스는 헬기랑 여자랑 펫 없이도 4년이나 살아 남았는 걸? 폼 이빨이 무지하게 날카롭다는 건 잊지 마시고 (걀걀)
9. 근데 진짜 그 남은 크리스탈들은 다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대륙채로 우주로 날려 버린 거? 아니면 바다 밑에 가라앉은 걸 지옥눈 지옥귀(爆)로 다 발굴해낸 거? 그거 없어졌다고 그렇게나 어울리지도 않게 분노의 포효를 날려놓고 걍 날려버렸다면 좀 너무하지 않소, 수퍼맨.
10. 돌아온 수퍼맨은 다른 건 몰라도 스토킹 레벨은 가히 1랭 마스터급이더라. 과연 수퍼 히어로의 애정표현은 out there. 그나마 평소 투시해보지 않는 건 마지막 한 조각 양심이었다 치더라도, 사랑하는 여자 다쳤는지 본답시고 뼛속까지 훑어볼 때는 좀 섬찟하더라. 신사분들, 사랑한다는 이유로 범죄가 허용되는 건 아니에요 -ㅅ-
11. 로이스, 아무리 바빠도 자리 비운 사이 가족 사진 유리가 깨졌으면 범인을 색출해서 혼구녕을 낸 다음 좀 바꾸세요. (그러고 보니 그 유리, 지미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던 거 같은데...-ㅅ-)
12. 말 나온 김에 지미, 클라크한테 한 잔 필요할 거 같다고 데려가긴 했지만 사준다는 소리는 안했더라? 수퍼맨이 돔구장에서 활약할 때 카운터 너머에서 '접시를 닦고' 있어다는 점에서 그가 지갑 하나 안 들고 갔을 거라는데 앞발 건다. 5년만에 돌아온 사우한테 얻어먹을 생각을 하다니, 그러니까 댁이 수퍼맨 사진을 못 찍는 거야 (쯧쯧)
13. 리차드 화이트, 진짜 이 남자는 한 마디로 표현이 가능하다. "엄마 친구 아들"
전 애인은 조낸 소심한 수퍼 히어로 스토커에 지금 동거남은 "친구 동생 남편"에 아들래미는 장래가 기대되는 미소년 (덧붙여 지구 인류 절반이 질투빔을 쏴도 까딱않을 강철의 바디!) 수퍼맨이 일으킨 기적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로이스 레인이다. 아이, 이 부러운 여자! (그 엄마 친구한테 다른 아들 없수?)
14. 생물학적 아들에게 수면학습 마킹(...말고 뭐라고 표현해야하는지 아는 사람 가르쳐주삼 -ㅅ-)을 끝낸 수퍼맨이 하늘을 나는 모습에서 확신했다. "이 남자, 캔자스에서 뉴욕까지 날아서 출퇴근하는구나!!"
15. 수퍼맨의 리얼레드+리얼블루 코스튬이 요즘 감각에 촌스럽기는 좀 촌스럽나보다. 리얼레드가 라즈베리레드 내지 커런트레드로 바뀌었더군. 게다가 가슴팍 S자는 아무리 봐도 뱀피 어플리케. 그럼그럼, 5년 동안 우주 유학도 갔다 왔는데 빠숑쎈쓰가 좀 나아지셨어야지 (...자꾸 봐서 그런지 별로 그 팬티 민망스럽지도 않더만;)
16. 집에 와서 <수퍼맨 리턴즈> 보고 왔다니까 곰탱이 왈,
"얼빵한 아가 전화박스에서 변신하드나?"
"아니, 전화박스는 안 나오던데?"
"글켔지. 요새 전화박스가 어딨노."
...그러고 보니 그렇군. 그래서 전화박스는 생략하고 걍 길거리에서 아니면 엘리베이터에서 훌훌 벗어던졌던 거군! (근데 그 엘리베이터에 벗어놓고 날아간 허물옷, 나중에 어떻게 회수했는지 좀 궁금...아니, 이건 수퍼 히어로 기업비밀이려나?)
17. 확실히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히어로 영화를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퍼 히어로니까 주인공이 잘난 거야 당연하지만, 안 그래도 잘난 걸 강세 팍팍 줘가면서 부담스럽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당연하고 담담하게 보여주는 면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잘난 점만큼이나 모자라고 맹하고 은근슬쩍 법도 어기고 그러는 것까지 보여주는 게 참 귀엽더란(별로 애인 자랑 같지는 않았지만^^;) 브랜든 루스는 스틸컷보다는 동영상이 더 이쁜 남자라서 눈이 즐거웠고, 미국인들은 참 개도 많이 키우더라? (핫핫)
18. 개 이야기 나오니까 생각났다. 클라크가 집에 돌아온 날 아침에 개랑 놀아준답시고 공 던지는 장면에서 내 표정을, 그 어두운 영화관에서지만 바로 옆에서 캐치한 그날의 무비 메이트(爆) M 오라버니 왈, "저런 나쁜 놈이 세상에 또 있나! 란 표정이더라?"
맞아맞아, 놀아달라고 착하게 장난감까지 물어온 개를 우롱하다니 세상에 그런 나쁜 놈이 또 어딨어! 그러니까 니놈이 연애를 못하는 거다, 클라크 켄트!!! <- 이것이 휴일 아침마다 멍뭉이가 물어오는 끄내끼에 얼굴 맞아 일어난 뒤 잠이 깰 때까지 놀아줌을 당하는 곰의 포효(...)
19. 역시 감상은 보고 난 직후에 써줘야지, 이틀이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담궈뒀더니 보면서 생각했던 거 반도 기억 안나네. 뭐, 확실한 건 영화가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거, 남녀노소 공히 다 이뻤다는 거, 두 번 봐도 괜찮을 거 같다는 거 정도? 영화평은 다들 많이 하시니까 이정도 해도 괜찮을 듯.
20. 다 쓰고 나서야 '슈퍼맨'이 아니라 '수퍼맨'으로 표기되고 있다는 걸 발견, 셧터맨이 아니라 셔터맨이라 이거지 겨우 다 고쳤다 (헥헥)
+21. 아, 제일 임팩트 강했던 걸 홀라당 까먹었네. 렉스 루터가 크립톤 돌칼(...크로마뇽인이오 orz) 찔러넣을 때 진짜 감격했다. 보통 그 자세에서는 심장을 찌르거나 목을 긋지 않나? 어떻게 등뒤에서 콩팥에 찔러 넣은 다음 칼날 부러질 때까지 틀어박을 생각을 했을까. 부동산 투기만 전국구가 아니라 쌈질도 전국구이신 우리 루터횽아 -ㅅ-乃
++22. 지인들과 아이맥스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나니 생각났다. 제발 이번에는 초글링 러쉬가 없었으면 한다! 애만 들여보낸 건지 (그것도 나빠) 보호자가 따라붙은 건지 모르겠지만, 매 장면마다 "저거 뭐야?" "죽은 거야?" '왜 저래?" "일어나" 따위를 제일 앞줄에서 제일 뒷줄까지 들리도록 외치면서 가끔 의자도 발로 차주는 애새끼 따위는 좀 DVD방이나 홈씨어터로 만족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거든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