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기

<칼라하리 남성 타자 학교 The Kalahari Typing School for Men>

동굴곰 2008. 7. 24. 15:09
<칼라하리 남성 타자 학교 -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4>
작가 :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번역 : 이나경
출판 : 북@북스
출판일 : 2008년 6월
가격 : 8,500원

내 멋대로 레벨링 : ★★★★☆ (신간! 신간이다!!!)
내 멋대로 20자평 : 이게 바로 코지 미스터리


생각없이 들른 서점 가판대에서, 착각할래야 할 수 없는 저 독특한 커버아트(笑)를 발견하고 환호작약 그 자리에서 사버렸다.
우와우와, 이거 2년만의 신간이야! 출판사가 (다른 책은 꼬박꼬박 내고 있으니 망한 건 아니고;) 이 시리즈 포기한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내주긴 내주는구나, 캄샵니다 - 가 아니라, 계산해보니 1권부터 발행 텀이 2년에 한 권이네? 아니, 이건 좀 곤란하다. 이 시리즈 앞으로 5권이나 남은 데다, 작가는 거의 3년에 두 권 꼴로 내고 있고, 게다가 최신간은 08년 올해작이란 마럇!!! (이래서 사람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 검니까...OTL)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 유일의 탐정사무소인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The No. 1 Ladies' Detective Agency'의 소장 음마(여성에게 붙이는 경칭) 프레셔스 라모츠웨와 소장 비서 그레이스 마쿠치 여사가, 외부에서 압박해 들어오는 적과 내부에서 평온을 흔드는 존재, 심지어 그녀들 자신을 노리는 은밀한 범죄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그랬던 것처럼 그녀들 앞에 던져지는 사건을 차례로 차분하고 현명하고 더없이 침착하게 처리해 나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믿는 사람 수리공)

예전 한나 스웬슨 시리즈 감상을 적을 때 이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둘 다 좋아하긴 하지만, '코지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에 더 걸맞는 건 역시 <넘버원...>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사건하면 살인, 살인하면 연쇄살인인 한나의 쿠키가게랑 비교하면 안되지=ㅅ=
하드보일드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사건을 보기 위해 <넘버원...> 시리즈를 읽는 건 말도 안되고, 보츠와나의 넓고 건조한 붉은 대지와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조상들의 지혜를 칭송하며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조금씩 깎이고 부서지는 못난 신세대에 한탄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세상은 아름답고 살아갈만하며 모든 것은 다 잘 될 것이라 굳게 믿는 음마 라모츠웨의 소박하고 선량하며 건전한 나레이션을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그녀가 낮게 탄식하는 "남자들이란!"의 무게는 실로 그녀 자신의 축복받은 풍만함 만큼이나 강렬하다 할 수 있겠다 :3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여성이 아닐까 생각했다가, 의외로 백인 남성이라는 점에 놀랐다. 게다가 서구에서 꽤 알려진 추리작가인 동시에 대영제국 훈작사에 생명윤리 전공으로 왕립학술원 회원. 뭡니까, 이 웨스턴 엄친아는? 당신 어떻게 이렇게 금성어를 잘 하는 거죠?!

기껏해야 남아공 옆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보츠와나는, 확실히 역사적 위치에서는 '남아공 옆나라'가 맞고(爆)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청렴하며 가장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나라란다(...) 그래도 왠지 한 번쯤은 그 붉은 대지와 건조한 햇살과 투실투실 살찐 소떼와 양떼와 작고 귀여운 후투티 새와 풍만한 것을 여전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여인네들이 진흙을 발라 굳힌 앞마당에서 옥수수를 빻는 광경을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녀는 형법전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고, 몇 페이지 훑어보기는 했지만 그 법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법과 법률 용어의 문제이다. 그들은 변호사 이외의 보통 사람들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쓴다. 그렇다면 형법전도 다 좋지만 십계명 같은 것을 지키는 것이 더 간단하지 않을까 하고 음마 라모츠웨는 생각했다. 그녀가 보기에 십계명도 조금만 현대적으로 고치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완벽한 행동 수칙이 되기 때문이다. 살인이 특히 나쁜 행동임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간음을 하거나 이웃의 물건을 탐내는 것도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아니,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십계명과는 정반대의 메세지를 들으며 자라는 무시무시한 아이들이 있고, 그게 바로 문제라고 그녀는 우울하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남편이나 아내에게 질렸기 때문에 쉽게 버리려 든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지금의 배우자보다 더 흥미진진한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곧바로 나가버리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히! 게다가, 더 나아가 그런 태도가 온갖 종류의 사람들에게 다 해당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지루하게 느껴지만 그냥 나가 버리는 것이다!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들이 부담스러워지면 그냥 떠나버리면 된다. 이런 사고방식이 다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녀는 의아했다. 그건 아프리카의 사고방식이 아니며, 옛 보츠와나의 윤리와는 무관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어딘가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p.142~143, '11. 음마 라모츠웨, 가보로네 남쪽의 작은 마을로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