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끄적끄적
희망사항에 책임 좀 져주세요, 제발.
동굴곰
2008. 4. 22. 15:09
일단 동영상 하나.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의 하고 있는 (혹은 할 수 있는) 직종이라는 게, 이 업계에서도 쓸모가 있다든가 필요하다는 건 대부분 동의하거나 (혹은 하지 않으면 눈보라에 얼어죽을 거 같다고 느낀다든가)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에 두고 어떻게 써야하는지 아는 사람이 드문, 말하자면 know-where도 옛말이 되어버린 시대에조차 know-how가 모자라는 그런 3D 중에서도 제일 밑바닥의 지저분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죄송합니다, 동종업계 동일직종 종사자 여러분 /꾸벅)
덕분에 언제나 새로운 직장에서 가장 빨리 짚어야하는 포인트는, "이 회사에서는 내게 어떤 업무를 요구할 것인가"다. 하아, 나도 이름만 말하면 "아 그럼 **를 하겠군"이라고 누구나 업무 내역을 알 수 있는 직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건 뭐 24k도 아닌 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운좋게 상급자가 생각하는 '모름지가 **라고 불리는 사람이라면 해야하는 업무'와 내가 생각하는 것의 범위가 크게 오차나지 않을 때는 말 그대로 운이 좋은 거고, 재수 없으면 삼천년 내지 삼천광년 정도 오차 범위가 날 때가 있다. 그러면 내려오는 업무 오더는 아스트랄하고 피드백은 말라죽었고 회사 내의, 심지어 같은 팀내의 누구도 내가 뭘 해야 하는 사람이고 뭘 하고 있는지 모르고, 기껏 이게 내 일이지 싶어서 발굴해보면 "그건 별로 안 급하니까 나중에 하세요 or 하지 마세요" 소리나 듣고, 그러다 결국은 "일하는 게 너무 소극적이라서 완성도라든가 결과물에 재미를 주는데 기여를 못한다"를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들으면서 이럴 줄 알고 애초에 들고 오지도 않았던 사물을 주섬주섬 챙겨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무실을 나가버리는 것이 - 아, 고만하자. 그나마 땡땡 쳐놓은 거 다 뽀록나기 전에 화가 나고 눈물이 납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개인의 기호와 팀의 만들어야할 바를 구분해주세요. 아니, 적어도 내 기호에 맞는 결과물을 내고 싶다면 기호를 체계적으로 구체화해서 문서로 넘겨주세요. 하급자의 "이게 좋을 거 같아서"는 유치한 어리광이고 상급자의 "이게 좋겠군"은 고견인 게 대체 어느 암흑시대입니까. 언제나 넓은 식견과 적극성과 개방적인 사고를 요구받는 건 실무자고, 정작 실무자의 손발을 잘랐다 꿰맸다 하는 상급자들은 본인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지 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아, 그러니까 고만하자. 이래봤자 여전히 눌어붙어서 월급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패배자의 짖는 소리로밖에 안 들리겠지.
하긴, 이 시간에 집에서 이러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패배자 시추에이션이긴 하구나 /풉
(그냥, 바라는 건 좀 제대로 된 회사에서 해야할 일 하면서 살고 싶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