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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Once Upon A Time in Corea), 2008>
동굴곰
2008. 2. 23. 22:35
국가 : 한국
장르 :
감독 : 정용기
출연 : 박용우(봉구), 이보영(춘자), 김수현(야마다), 성동일(사장), 김응수(총감), 안길강(장천), 조희봉(요리사), 김구택(서장), 강종인(부관), 임형준(하세가와/덕술), 김명수(학자)
등급 :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10분
공식 홈페이지 : http://www.onceuponatime.kr/
내 멋대로 별점 : ★★★★☆ (잘 만들면 뭐하나, 마케팅이 엉망인데)
내 멋대로 명대사 : "민족혼이 밥 먹여주나? 오까네가 아리마셍인데."
-감상-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대략 두 가지의 난관이 존재한다. 크게는 이 영화가 어떻게 광고를 때리고 무슨 트레일러를 틀러댔든 <인디아나 존스>도 <내셔널 트레져>도 곰의 한국영화 지식이 일천하여 대략 뭘 갖다 대면 좋을지 알 수 없는 (<YMCA야구단>?) 그 어떤 해방기 민족독립투쟁 영화도 아니라는 사실이고, 작게는 도입부 10여 분간의 어색함과 민망함, 특히 책을 읽어도 저보다는 매끄럽겠다 싶은 국내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 되시겠다(爆). 이 외에도 스포일러를 피하는 것이 다른 영화보다 좀 더 요구되기도 하고 (나처럼 [동방의 빛이 유리일 수밖에 없는 역사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알고 가면 대략 난감하다 못해 막판에 슬퍼진다 OTL)
보통 볼 생각이 있는 영화에 대해서는 공식 트레일러를 포함해서 가급적 사전정보를 피해다니는 편인데, <원스...>경우는 워낙에 감상들이 없어서, 이런 경우는 감상이 없다는 것 자체가 평가가 낮다는 반증이라 좀 불안하기는 했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난 한국형 역사미스터리는 절대 믿지 않거든. 그러므로 제2의 <2009 로스트 메모리즈>를 각오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박용우씨 얼굴이나 큰 화면으로 다시 보면 좋지 뭐~ 하고 갔었는데 - 훗, 저의 뒤통수를 심히 치십시오. 기대하지 않고 간 만큼 득봤습니다♡ 이 영화, 굉장히 재밌잖아!!!
영화 보고 와서 피해다니던 감상을 찾아보니, 과연 평이 극과 극이다. 기대 이상으로 재밌는 웰메이드 오락영화다 vs 칙칙하고 우울하고 어색한 코미디였다. 나는 후자의 감상을 쓴 사람들이 실로 감상적이며 얄팍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의심하고 있다, 지금. 말하자면 - 어떤 과거의 한 시기를 어렵고 힘들고 괴로웠던 것으로 규정한 다음, 그러므로 그 시대에 화려하고 풍요롭고 안온하고 즐겁고 재미있고 우스운 것은 모두가 '그럴 리가 없으므로' 조롱이고 희롱이며 우롱이라는 선입견. 독립운동 그까이거 , 좀 재밌게 했으면 안됐던 겁니까(...)
이런 영화야말로 내용을 모르고 가야 재미있으므로 자세한 감상은 생략하고(...야;)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박용우라는 배우에게 굉장히 신세를 졌다고 본다. 물론 감독과 대본과 연출 모두 "Fantastic!"한 대인배시지만(웃음), 봉구역에 박용우가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분명 개그든 멜로든 스릴러든 역사적 비장미든, 어디 한군데 무게가 실리는 바람에 전체적인 균형이 어긋나지 않았을까? 내가 박용우씨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 건 <무사>와 <혈의 누> 뿐이고 굳이 현대물까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순간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신이 되어 그 순간에 대처한다'는 무슨 소설에나 나올 법한 묘사가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특히 <원스...>에서는 팔색조만큼이나 다채롭게 장면마다 색깔을 바꿔 연기하는데, 그 기저에 '봉구'라는 캐릭터의 유연함이 전혀 손상되지 않은 채 비치고 있다는 게...흑흑, 그렇습니다. 저 이래뵈도 박용우씨 파슨곰이에요;ㅅ;
이보영은 비록 벗지는 않았지만 예쁘고 늘씬하고 노래도 그럭저럭 잘 하고, 무엇보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짜증내면서 보기 쉬운 설정의 캐럭터를 전혀 얄밉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우리 야마다 중좌(극중에서 ちゅうさ라고 부르는데 왜 홍보자료에는 중위냐;). 완전 잘못 길들여진 셰퍼드 마냥 올곧고 투명하고 순수하고, 그만큼 보기 안타깝고
이 외에도 전당포 아저씨나 미네르빠 사장 & 요리사 만담 콤비라든가 총감, 서장, 형사 등의 조연들이 모두 적절한 존재감을 가지고 적당한 위치에 포진한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러니까 늘 말하지만 문제는 기획이라니까. 인물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꼭 맞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빈틈없이 맞아 돌아가니까 보는 사람 즐겁고 편안하고 그럴듯하잖아.
아무튼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었고, DVD가 나오면 살 거다.
ps. 그래서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나오는 영화의 민족혼이며 역사의식은 대체 어딜 갔냐고? <원스 어폰 어 타임 (Once Upon A Time in Corea)>에서 찾아보면 빠르지 않을까 /깗
pps. 영화 보기 전에 공식 홈피 안 가보길 잘했지. 아니, 세상이 어떻게 될라구 공식 홈피에서 캐릭터 소개하면서 네타를 다 까발리고 난리야?
ppps. 어쩌면 이 영화의 교훈은 "덕후는 덕후가 알아본다"인 게 아닐까 (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