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 수의(壽衣) 결사단 La Hermandad de la Sa'bana Santa>
작가 : 훌리아 나바로(Julia Navarro)
번역 : 김수진
출판 : 랜덤하우스중앙
출판일 : 2005년 6월
가격 : 8,500원 (전 2권)
내 멋대로 레벨링 : ★☆☆☆☆ (이런 걸로 죽여야하는 시간도 아깝다)
내 멋대로 20자평 : ...나라도 아마존 밀림에 사과할까...
내가! 이래서! <다빈치 코드> 이래 봇물처럼 쏟아진 팩션의 무리를! 절대 신뢰하지 않는 거략우!!!
바로 저 봇물에 휩쓸린 <에이트>가 날림복간되는 바람에 허접한 번역에 조악한 조판으로 도저히 내가 살 수도 남에게 사라고 추천할 수도 없는 비운의 명작이 되어버렸쟈나! 쿠워어!!
사우님이 빌려줬기 망정이지, 내 돈 내고 샀더라면 피눈물을 흘리며 무려 버리는 것도 아니고 되팔았을 게다. 현란한 홍보문구를 걷어내면 수준 이하의 범작이다. 킬링타임이나 되면 다행이겠다. 이런 책이 100만부나 팔리다니 스페인 사람들은 관대하구나...
나는 소설을 읽을 때 두 가지 잣대로 판단하는데, 첫 번째가 문법적 완성도, 두 번째가 소설적 완성도다. 아, 내가 무슨 국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전문 비평가는 물론 현역 소설가는 더더욱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주관적 관점이라고 미리 설레발을 쳐두겠다(풉)
첫 번째 잣대에서 국내의 무수한 양산형 판타지나 인터넷 소설, 심지어 현역 작가의 신작조차 걸러진다. 여기서 살아남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해외 소설이 많은 건, 그거야 수입할 때 이미 한 번 걸러진 거니까. 그 다음으로 두 번째 잣대 - 소설적 완성도인데, 난 이걸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캐릭터들이 있을 법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들이 사는 세계는 얼마나 개연성 있게 존재하는지, 인과관계는 얼마나 타당한지, 그래서 이 시작하고 끝나는 이야기는 얼마나 재밌는지 - 즉, 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한 기준에 의거해 별점을 매기고 아마존 밀림을 들먹이는 것이 바로 이 곰의 리뷰라는 이야기다.
보통 번역 소설의 문맥이 이상하면 원작 문제인지 번역 문제인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 책의 경우는 그럴 필요도 없더라. 캐릭터들의 말투가 나이와 직책에 비해 좀 경망스럽긴 하지만 - 근데 나 이 번역자의 레베르테 소설 몇 권 갖고 있는데 거기서는 그런 느낌 전혀 못 받았거든 - 완벽한 오역으로 문장 뜻이 달라진다든가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든가 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2권 내내 계속된 게 아니라면, 이렇게나 캐릭터들이 난감할 정도로 납득이 안 가게 굴고 이야기 구조가 엉성한 건 명백하게 원작의 문제일 수밖에 없으니까.
사석에서는 좀 더 과격하게 말했지만, 모든 캐릭터가 그 나름의 설정에 비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어설프고 서툴고 경망스럽다. 단순히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는 비지땀을 닦으며 아 나 대호를 그렸구나 하는데 독자는 애걔 이거 고양이잖아, 할 때의 딱 그런 느낌. 나의 베테랑 경찰은, 나의 교수님은, 나의 민완기자는, 나의 노老 추기경은, 나의 템플 기사단은 이렇지 않아! 이 불균형이 주는 씁쓸함을 노린 블랙코미디 - 일 리가 없지요, 암.
그나마 과거편은 평면적으로 묘사되서 그런지 나쁘지 않은데, 현대편이 걍 아주 지대 콩가루야. 1권 중반이 되어서야 주인공 자리로 떠밀려간 수사팀의 미녀 박사는 파티 간다고 아르마니 정장이나 사들이고(...) 팀내 유부남이랑 불륜관계 깨진 걸로 팀 인화를 깨먹지 않나, 별 근거도 없이 그놈의 육감으로 갑자기 핵심에 성큼 다가서더니 흑막의 일원이 틀림없이 독신 재벌하고 눈이 맞아서 '움베르토 그대는 어째서 움베르토인 건가요' '오오 나의 소피아~' 이러고 있질 않나(...농담이면 좋겠스빈다, ㅈㅅ) 이 여자가 '이제 그를 의심하지 않지만 반장 명령이니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지만 억지로 따랐다'하는 데서 포기했다. 이보세요, 의심스럽지 않으면 팀내 수사기밀 다 떠벌리고 다니는 게 당연한 겁니까?
거기다 수사팀 반장 친구의 여동생인(...) 민완기자는 한술 더 떠서, 수사팀이 아무런 정보도 공개해주지 않는데 자력으로 조사한 것만으로 거의 완벽하게 사태를 파악해버린다. 극중 조역에 따르면 멍청하고 무식하고 무례한 기자 나부랭이에다, 작가 서술에 따르면 아무리 재고 깎고 보태봐도 분별없고 충동적인 어린 계집애. 거기서 1권 내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해서 서술하다가, 똑같은 어조로 서술한 과거 다음 순간 현재에서 이 아가씨가 "엄훠나 이런 리얼한 꿈을 꾸다니 내가 너무 과거 조사에 몰두했나봐" 이러는 장면을 두 번이나 보여주면...작가님 지금 저랑 사우자는 검니까?
뭐 이 여자들만 그럴까. 거의, 아니, 모든 캐릭터가 다 부정적이다. 묘사되는 나이나 지위, 경력, 능력에 비해 어설프고 불안하고 얄팍한 면면들이 작가가 서술하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허부적대다 꼬르륵 깩- 아놔, 이 군상들을 어쩌략우...
(하긴, 초반 에데사 왕국 뒤집어질 때 '언제나 좋은 아내였지 좋은 어머니는 아니었던' 모후한테 패악 부린 막 즉위한 왕이 근위대장 품에 안겨 "저 여자가 너무 미워" 어쩌구 하면서 펑펑 울 때 이미 감 잡았어야하는 거다...작가, 설마 이거 노렸다고 하진 않겠지...)
토리노 성당의 수의가 탄소연대측정 결과 11~13세기 제작된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아직 미확인된 점이 있다는 '사실'에 그럴 듯한 소설적 해명을 갖다붙인 건 나름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그게 그렇게 될지 어떨지는, 뭐, 기억이니 알 바 아니고요) 그래서 진짜 기원년의 수의는 대체 어떻게 됐다는 거야. 이건 뭐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그리고 실제로 수의에서 주님의 형상이 나타난 건 1898년이라며요. 그 전까지는 '그냥 세마포'였다면서요. 근데 잘도 템플 기사단이 형상 고대로 그린 초상화를 지부마다 걸어놓고 기도를 드렸...
그리고 토리노 성당의 신부가 템플 기사였다는 거 나름 복선이라고 집어넣으신 모양인데, 독자는 보면 바로 알 수 있고 극중인물도 모르는 쪽이 바보 같은 그게 무슨 복선입니까. 성의에 대해 조금만 조사해보면 중동에서 프랑스로 성의를 가져온 템플 기사 이름 정도는 나온다면서, 무려 이탈리아 제일의 민완 수사팀(풉)이 그 이름 겹치는 거 하나 못 알아내다니. 난 서양인이 아니라서, Charny랑 Charney는 서양인들 보기에 완벽하게 다른 성, 100% 남남이 당연한 건가? 우리나라 성으로 치자면 국菊씨랑 국鞠씨 - 는 너무 귀한 성이라 비유가 안되나; 그럼 백白씨랑 '지금은 절멸한' 백伯씨라든가...
(차라리 "갑 기사의 계보를 조사해 봤더니, 후손이 있었어요. 친가는 아니고 외가로 - 그래요, 을 신부님의 어머니가 바로 갑 기사님의 후손이었어요." 정도만 됐어도 참 그럴 듯 했겠건만...)
에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 책을 그래도 끝까지 읽은 내 한가함에 찬사를 보내야할 판이니 이쯤 할까나. 과연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던 아스트랄한 엔딩에 잠시 묵념. 감사합니다, 이게 제 돈 내고 산 책이 아니라서. 하지만 이 책을 자비로 구입하신 사우님께는 /애도 백만 번 (이 글 안 읽으실 거라 믿어요 ;ㅅ;)
후...어째 읽는 책마다 족족 지뢰 - 라기보다는, 재밌는 책은 혼자 품고 늘어지고 재미없는 책은 이를 득득 갈면서 리뷰를 써대니 이건 뭐 리뷰가 아니라 체험 돌팔매의 현장이야 (...)
아무도 과거를 재배할 수 없으며, 과거는 결코 뒤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걸어온 모든 길의 반영이 바로 현재일 뿐이라는 것을 ,
그리고 뒤돌아 뒷걸음치지 않는다면,
오로지 미래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누가 나한테 이 그럴듯한 맺음말과 본편의 관계 좀 설명해 주시략우...OTL)
ps. 시드니 셸던의 <신들의 풍차>에, 외교적 만찬에서는 직급이 높은 순으로 귀가하는 것이 관례라서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은 적절히 사라져 주시고, 자기보다 높은 직급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먼저 가는 건 큰 결례라는 언급이 있다. 그게 벌써 30년 전이라 낡은 에티켓인지 미국과 스페인은 틀린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참 재밌게 노시네 근데 난 먼저 가야겠어요" 하는 회장 사모님은 좀 깼다...
(아니 뭐 이런 수준의 태클을 걸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
pps. 작가의 다음 작품이 국내에 <살인의 창세기>라고 출간된 모양이다. 헌데 이 책보다는 처녀작인 <성 수의 결사단>쪽이 훨 낫단다...덧붙여 같은 출판사의 <제4의 규칙>보다도 <성...>이 낫댄다, 오마이갓...
(여기서 하나만 더 지뢰 나오면 랜덤하우스중앙 편집자 선별 기준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