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읽기
<퍼지 컵케이크 살인사건 Fudge Cupcake Murder>
동굴곰
2007. 12. 18. 22:29
작가 : 조앤 플루크 (Joanne Fluke)
번역 : 박영인
출판 : 해문출판사
출판일 : 2007년 11월
가격 : 10,000원
내 멋대로 레벨링 : ★★★☆☆ (뭐가 됐든 절반은 레시피북 :)
내 멋대로 20자평 : 한나의 쿠키는 테이크아웃 금지 - 죽고 싶지 않으면♡
한나 스웬슨의 맛있는 살인 다섯 번째 이야기. 이 시리즈는 꽤 좋아하는 편인데 어째 리뷰 타이밍을 죄다 놓쳤다가 이제야 겨우 따끈한 신간을 우적우적.
도대체 한나 스웬슨 시리즈가 왜 '코지 미스테리'라고 불리는지 모르겠다. 무대가 되는 도시가 작아서? 농담도 과하셔라. 러브크래프트나 스티븐 킹도 미국 중서부의 도시라기에도 작은 마을 하나 배경으로 이리 우적 저리 꽈직 잘만 부러뜨려 먹습니다. 무릇 코지 미스테리라고 하면, 작게는 목사님 사모님이 일요일 외출용 모자를 수요 예배 때 쓰고 온 까닭이라든가 그 잘난 프랑스인 쉐프(곧 죽어도 쿡이라 부르지 말라던!) 여편네가 새우 튀김을 홀라당 태워먹은 이유, 하다 못해 교황 대사님의 구두 한 짝이 사라진 사연 같은 걸 고민해야하는 거 아냐!? <- 그래 이곰 미스 마플 빠순이다(...야;)
개인적으로 진짜 코지 미스테리는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의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시리즈라고 생각.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광에서 펼쳐지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반짝반짝한데. (출판사는 벌써 8권까지 나온 시리즈 3권까지만 내고 잠적하지 말아줘요 ㅠ.ㅠ)
뭐랄까, K양의 말마따나 '레이크 에덴'이라는 마을 이름은 작가의 블랙 유머에 틀림없다. 5권인 이번 편을 읽다 말고 '마이크가 이 마을에 온 지 1년 남짓' 운운하는데, 이봐요 한나, 마이크가 온 건 1권에서 막 사람 죽어나가기 시작할 때잖아! 무슨 째깐한 시골 마을에서 1년에 다섯 차례나 절기별로 살인사건이, 그것도 권당 두세 명씩 퍽퍽 죽어나가는데, 다들 무슨 배짱으로 거기 짱박혀서 사는 거야? 거기 천국 맞아? (물론 천국은 일단 죽어야 가는 곳이라지만) 나라면 벌써 뉴욕이나 마이애미로 텼다!!
아무튼 매번 '우리의 정겨운 (그것도 전편에서 살아 숨쉬던) 이웃'이 죽어나가는
그나저나 지금쯤 레이크 에덴에 '과거가 폭로되고 싶지 않다면 쿠키단지에 시비 걸지 마라' 내지 '죽기 싫으면 한나의 쿠키는 테이크아웃 금지' 같은 금기가 불문율이 되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건 뭐 살인현장마다 한나표 양과자가 뽀작나 있는데 어디 무서워서 맨정신으로 혼자 있을 때 쿠키단지 테이크아웃 봉지 열겠냐 말이빈다...
근데 출판사가 작정하고 내놨는데 앞으로 나올 8권까지의 전개를 보건데, 여전히 한나는 마이크와 노먼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모양? 이 여자, 연애를 너무 안 해봐서 남자 보는 눈이 없다. 확실하다. 아무리 마이크가 살인적인 매력으로 150와트짜리 미소를 번쩍인다고 해도(爆) 연애는 한순간이고 결혼은 평생인 것을! 게다가 이번에는 빌과 안드레아가 잘 만든 트레일러 마냥 예고편까지 쫘악 깔아줬는데, 아무리 그래도 거기서 "그래도 사랑하니까♡"만 보인다면 이건 진짜 중증의 연애치. 보아하니 앞으로 세 권 더 나올 동안 계속 결정 못 내리고 버벅댈 모양인데, 진짜 이 시리즈 스크린으로 옮겨지면 누가 마이크랑 노먼을 해서 얼마나 룩스의 차이를 보여줄지 매우 궁금하다능...그렇다능...
"그러니까 윈슬롭은 영국인이고, 작위가 있고, 환상적으로 춤을 잘 추는 사람이로군. 케네스 브래너를 닮기까지 했고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자, 안드레아. 그가 당장에라도 북극으로 이주할 일이 없는 한 엄마는 이제 완전히 넘어간 거야."
ps. 역자 이름을 주의하고 보지 않아서, 처음에는 번역자가 바뀐 줄 알았다. 원래도 영문 특유의 마침표마다 따박따박 끊어지는 느낌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매끄럽게 잇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이번 권은 특히 심하더라. 이건 뭐 주술목이 주목술로 바뀐다고 다 한국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 행간으로 시선이 흘러내려가는데 꺼끌꺼끌. 게다가 오타도 꽤 많고, 이제 와서 역주가 붙을 데 안 붙고 안 붙어도 될 데 붙는 건 2007 출판계 번역 트랜드라고 누가 우겨도 할 말 없을 정도고, 그리고...음...읽으면서 졸랭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하고 분노한 부분이 있었는데 기억 안난다...그래, 과거는 물에 흘려 보내고 분노를 잠재우고 우리 모두 밝고 맑고 아름답게...(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