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뮤지컬

Kitsch!!

동굴곰 2006. 5. 26. 16:26

일본 극단 시키 국내 진출에 한국뮤지컬협회 반발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시키 국내 진출로 뭔가 진통이 있었던 게 기억 난다. 이젠 해결된 건 줄 알았더니 아직이네; 하긴, '국내 첫 뮤지컬전용극장 첫 공연작'도 꽤나 스테이터스 올라가는 타이틀(...)일 테지 (게다가 오픈런이라면 언제 관둘지 모른다는 이야긴데, 라이온 킹 정도의 타이틀에 롯데와 시키 정도의 자본력&저력이면 시키가 단물 빠진 껌이라고 판단될 때까지 '독점'할 가능성도 있긴 하겠다 -ㅅ-)
그렇다고는 하지만 불매운동이라니. 언제부터 공연을 뮤지컬협회가 제돈 내고 표 사고 봤다고? 막말로, 저 공연 하는 동안 관객들이 디즈니&시키의 라이온 킹 대신 선택할 만한 작품을 다른 데서 올릴 수 없다면, 실질적으로 무슨 수를 써서 막을 건데?
(오픈런으로 1년6개월 공연하는 게 독점인가? 아이다가 LG아트센터에 얼마나 걸려 있었더라? 그건 국산 공연이라 괜찮나? 똑같은 디즈니 원작인데? 게다가 LG아트센터는 뭐 LG에서 사회환원하려고 표값 만원 단위로 굳혀둔 봉사시설인가?)

언제나 서브컬쳐, 문화의 마이너권에 머무는 주제를 잘 아는 이 곰은, 그러니까 더더욱, 가급적 문화적 사대주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상당히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 뮤지컬계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편을 들어주질 못하겠다. 안 그래도 2002년 이래 천정부지 기하급수로 치솟는 표값이 마음에 안 들어 한 발짝씩 물러나는 판국인데 (그래, 나 조왕자 안티다 /젠장) 이제 와서는 저딴 소리나 하고 앉았다. 이제까지는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어서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브로드웨이 렌트 올렸냐? 전용극장 아니라서 대관료가 비싸서 라이센스면 무조건 VIP가 10만원대였냐? 매번 팔리는 공연이나 우려먹고 표값이나 올리는 주제에 '불매운동=관객 안 들걸?'이라는 저 태도가 심히 거슬린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 안나는데, 95년 이전에 이미 국내에서 두 번 이상 레미즈 공연이 있었는데도 95년 10주년 기념 콘서트에 한국인 발장이 없었던 이유가 뭘까? 미스 사이공도 이미 국내 공연한 적 있는데도 이번에 초연이라 그러거든? 나도 요셉의 드림코트 실제 공연 좀 보고 싶고, 국내 캐스트라도 괜찮거든? 근데 왜 '이미 했는데 안 팔려서 이제 안해'가 되는 걸까? 응? 응? 응?)

걍 아주, RUG든 시키든 마구마구 들어와라. 마구마구 들어와서 마구마구 위협하고 마구마구 몰아쳐라. 절벽 끝에 몰린 고양이가 생선가게 마나님 목덜미를 물듯이(...) 그제서야 발악하여 갈구하는 자들이 피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겠지. 개발에 편자도 분수가 있지, 무조건 잘 팔리는 거 큰 거 비싼 거, 장소는 무조건 관객 많이 들 허허벌판 아니면 자리값 비싼 클래식 극장, 덕분에 표값은 늘 치솟으면 10만 단위, 아무리 이제는 더 이상 배고픈 마이너 컬쳐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찌르면 무조건 검은 황금 솟구치는 신비의 샘물도 아니잖아. 쇼케이스에 올려 가격표를 붙이는 손만이 위대한 건 아냐. 정말로 귀한 건 표를 사고 팜플렛을 사고 박수를 치고 앵콜을 부르는 손이다. 그걸 좀 알라고 -ㅅ-

어차피 메이저 컬쳐의 시각에서는 이거나 그거나,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나 시키나 혜화나(...) 결국은 다 똑같은 것을, OD에서 비밀의 화원을 들여와서 김공주에게 메리 레녹스만 맡기지 않는다면야 내가 무슨 광화문 촛불 시위를 하리, 아아, 키치.


ps. 지금 대충 찾아보니, 작년 가을쯤 시키가 국내 들어오니 어쩌니 했을 때,
'시키' 국내 진출 시 일부 소규모 제작사 도산위기도  - 이런 가운데 일본 최대 규모 뮤지컬극단 '시키(四季)'의 한국 진출이 또 다른 복병으로 등장했다. 한 뮤지컬 프로듀서는 "시키는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상태라 같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더라도 국내 제작사보다 투자비가 덜 들 것"이라면서 "때문에 국내의 소규모 뮤지컬 제작사들은 시키가 국내에 진입하면 활로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뮤지컬의 질적 수준을 떠나 제작사들의 숨통을 조여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사가 나오고 이었다고 한다. 결국 인프라도 제대로 정착 안된 국내 시장이 문제란 이야기잖아. 이제 와서 전용극장을 독점하네마네, 좀 우습습니다...
제목 수정할까? '시키의 역습'으로 (풉)
pps. 한국뮤지컬협회가 뭐하는 곳인가 했더니, 올해 2월 27일, "한국 뮤지컬 40주년을 기념해서" "뮤지컬인의 권익보호와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단다. LG아트센터에서 (푸하하)
ppps. 모숲토끼와의 대화중 피드백.
어차피 관객들은 원작과 배우를 보지, 공연 주체까지는 생각 안한다. 그렇다면 원작이 디즈니이고 배우가 한국인인 라이온 킹이 얼마만큼 국내 관객들의 배척을 받을 것인가? 그리고 라이온 킹이 안되면 어떤가? 레미즈라든가, 엘리자베트가 있지 않은가!
...그렇구나. 국내 극단은 다음 천년기 전까지는 무대 안 올려줄 거 같은 이런 마이너한(!!) 작품도 기대할 수 있구나. 좋다, 시키. 빨리 들어와라 <-